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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키우기] 2. 입원실지은이에게/지은이 키우기 2022. 9. 13. 00:43반응형
이전 포스트: 2022.09.05 - [지은이에게/지은이 키우기] - [지은이 키우기] 1. 아내의 출산 === 지은이 출생
모든 남편, 아이들은 엄마한테 진짜 잘해야 된다. 우리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면 그 생명에게 많이 집중하게 되겠지만 사실 더 관심이 필요한것은 그 아이를 낳은 엄마다. 아이를 낳는 과정이 너무 괴롭고 아프고, 아이를 낳고 나서도 몸 회복이 더디고 면역력도 약해지고 계속 아프다. 나는 아이를 낳는 과정을 보고 아내가 참 안쓰러우면서도 대단하다고 느꼈다.
저때 느낀 감정을 평생 가져가면 나는 아내의 그 어떤 짜증도 다 받아 줄수 있고, 화를 절대 내지 않는 남편이 됬을거다. ㅎㅎ. 그런데 사람은 모든 감정을 바로바로 잊어버린다. 이 글 쓰는 며칠전만해도 아내랑 또 싸웠다. 장모님이 계셔서 예전처럼 소리지르면서 싸우지는 않았지만 서로 아무말도 안하고 쳐다 보지도 않고, 그렇게 냉전을 했다. 그러다가 뭐 바로 풀려서 화해했지만, 암튼, 지금은 아내에게 많이 미안한 감정이 든다. 앞으로도 계속 싸우는 일이 발생하겠지만 그때마다 이 글을 1편, 2편을 읽고 화를 가라앉히고 먼저 화해하자고 해야 겠다.
"지은아, 엄마는 너를 낳느라 엄~~~~~~~~청 고생했단다. 엄마 한테 잘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해줘~~."
첫날(새벽)
입원실에서는 2박 2일과 같은 1박 2일을 보냈다. 2022년 07월17일 새벽 12시 ~ 2022년 07월 18일 11시에 퇴소했기 때문이다.
입원실은 큰 병실침대가 하나, 옆에 내가 누울수 있는 작은 소파(?, 소파는 아닌데 뭐라고 할지 몰라서 그냥 소파로 적음......), 냉장고, TV가 전부였다. 내가 덮을수 있는 이불은 후에 간호사님이 가져다 주셨고 베개는 집에서 가져간것을 사용했다(베개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던것 같다).
입원실까지 안내해 주신 간호사님이 간단하게 이 후에 진행되는 사항들에 대해 말씀해주시고 좀 있다 입원실쪽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님이 와서 더 디테일하게 설명해주신다고 했다. 좀 기다리니 다른 간호사님이 들어오셔서 아내에게 수액을 놔주고 다음 날 언제, 어떻게 아기를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식사, 입원생활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고 이불이랑 도넛 방석도 가져다 주셨다(우리는 도넛 방석을 안주는줄 알고 따로 챙겨갔었다). 그리고 아내가 소변을 보거나 새벽 3시까지 소변이 안 나오면 전화하라고 했다.
간호사님이 나가고 아내가 편하게 누울수 있도록 침대를 조절해주고 소파에 앉아서 아내랑 얘기를 나눴다. 얘기를 나누면서 아내를 관찰했는데 그냥 보기만 해도 너무 힘들어 하는게 느껴졌다. 아내는 걷는것도 너무 힘들고 하체가 아파서 앉아 있는것도 많이 힘들어 했다. 아기 낳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기 때문에
좀 얘기하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야식을 가져다 주셨다. 죽이었던걸로 기억된다. 아내가 야식을 먹게 또 침대를 조절해주고 나는 출산 캐리어 챙기러 CGV 주차장으로 갔다.새벽 1시쯤 되서 거리에도 사람이 없고 서현 CGV 1층은 불이 다 꺼져 있고 복도 전등만 켜져 있었다. 조용한 건물에서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에 가서 캐리어를 챙겨오는데 등골이 오싹할정도로 무서웠다. 뭔가 상가건물은 늦은 밤에 좀 으스스한 느낌이 있다. ASAP로 짐을 챙겨서 병실로 돌아왔다. ㅎㅎ.
캐리어를 병실에 펼쳐놓고 배가 촐촐해서 병원 바로 옆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저 때 핫 했던, 구하기 살짝 어려웠던(늦은 밤에 가거나 아침에 가야 살수 있었음) 연세우유빵이랑 커피를 좀 사왔다. 3시까지 아내의 소변을 기다려야 해서 커피를 샀다고 했지만 그건 핑계고, 빵에는 커피가 진리니까 ㅎㅎ.
커피 마시면서 나는 휴대폰의 Netflix로 "진격의 거인"(마지막 시즌)을 보고 아내는 피곤하다면 눈을 좀 붙였다. 다행히 새벽 2시 조금 안되서 아내는 소변을 봤다. 아내의 소변이 이렇게 고마운건 또 처음이다. 화장실에서 나와 바로 간호사 선생님에게 소변을 봤다고 얘기하고 불을 끄고 바로 잤다(나는 "진격의 거인" 마지막 시즌을 끝까지 보고 잤다).
첫날
아침 8시가 되니 아침밥이 왔다. 병원밥 맛을 보려고 아침 한때만 내것까지 신청했다. 미역국이 있고 반찬 3개인가 같이 나왔었던것 같은데 맛은 그냥 그랬다.
밥먹고 10시쯤 되니 간호사 선생님이 지은이를 데리고 왔다. 전날에는 피범벅에 엄마 뱃속에서 나오느라 찌그러져 있던 얼굴만 잠깐 봐서 아기가 왔는데 못 알아보면 어떡하지 했는데 실제로 보니 바로 내 새끼인것을 알수 있었다. 아기용 이동침대(?)에 누워 자고있는 지은이는 진짜 너무작고 귀엽고 소중했다. 글쓰면서 그때 찍은 사진을 보는데, 지금과 비교하면 진짜 너무 작다. ㅎㅎ.
지은이는 태어날 때 무게가 3.3kg이고 모든것이 정상이라고, 건강하게 잘 태어났다고 했고 우리에게 육아의 기본지식에 대해 많은것을 알려주었다.
- 기저귀 가는 방법
- 신생아 속싸개 싸는법
- 아기 안는 방법
- 분유를 스푼으로 먹이는 방법(지금 영상보니, 첫날에는 한때에 분유 20ml를 먹인다고 한다)
- 트림시키는 자세, 방법
- 모유수유하는 방법
저때 찍은 영상을 보는데 선생님이 진짜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모두 설명해 주셨다. 위의 부분을 조리원에서도 또 설명을 받았고, 집에와서 유투브 영상을 보면서 계속 배웠다. 이제는 뭐 거의 달인 수준이 된것 같다. ㅎㅎ.
설명이 끝나고 간호사 선생님이 지은이는 여기에서 2시간 정도 있을수 있다고, 아빠가 2시간 후에 아기 병동으로 데리고 오라고 알려주고 나갔다. 처음으로 온전히 세 식구가 같이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아내는 아까 교육받을 때 지은이를 안아 봤지만, 나는 이때 처음으로 안았다. 혹시나 내가 잘못 안아서 아파할가봐 걱정이 조금 됬지만 아내의 도움으로 지은이를 안았는데 이때 내 새끼가 태어났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던것 같다. 아기가 품안에서 조금씩 꿈틀대는 것이 너무 신기했고 아기 체온을 느낄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아빠, 엄마랑 같이 있는걸 알았는지 계속 눈감고 있던 지은이가 갑자기 두 눈을 뜨고 우리 둘을 쳐다 보았다. 처음으로 지은이랑 두 눈을 마주친 것이다. ㅎㅎ. 뭐 특별한 감정이 있었던건 아닌데 그냥 두 눈을 껌벅껌벅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영상찍은걸 보니 한 30초 동안 눈뜨고 있다가 하품을 좀 하고, 재채기를 몇번 하더니 이내 다시 잠들어 버렸다. 그리고 그는 아기 병동 갈때까지 깨지 않았다. ㅋㅋ. 자고 있는 지은이를 보면서 아내랑 우리 둘중에 누구를 더 닮았는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거의 12시 되서 식사가 오기전에 지은이를 아기 병동으로 데려갔다. 점심은 아내는 병원밥을 먹고 나는 전날 산 빵과 커피를(몇개 샀음) 먹었다. 아내는 오후가 되었는데도 걷는걸 많이 힘들어 했다. 자연분만은 회복이 빠르다고 했는데 아내는 하체가 계속 많이 아프다고 했다. 이때는 몰랐는데 계속 아픈 이유가 지은이를 나으면서 하체에 너무 힘을 줘서 치핵이 많이 튀어나와서 였다. 그것 때문에 아내는 조리원에서도, 그리고 집에 와서도 첫 한달 동안은 너무 힘들어 했다. ㅠㅠ.
아내는 걷는게 힘들어서 입원해 있는 기간동안 계속 침대에 누워있었고 나는 쏘파에 누워서 Netflix만 봤던것 같다. 입원실에 있는 동안 "진격의 거인" 마지막 시즌, "나의 해방일지" 못본 회차를 다 봤다. ㅎㅎ. 아, 그리고 오후에 다음 날 가는 조리원에 연락했는데 조리원 들어오기전에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다고 가이드 받았다. 그래서 급히 간호사 선생님한테 부탁해서 다음날 오전에 검사할 수 있도록 예약했다. 또 하나는 아내가 노브랜드의 "고구마형 과자"가 먹고 싶다고 해서 장모님한테 조리원 가기전 집에 잠깐 갔을 때 챙겨갈수 있도록 사놓으라고 부탁드렸다.
저녁에 지은이와 또 2시간 정도 같이 있었는데 뭘 했던지 기억이 잘 안난다. ㅠㅠ. 모유 수유 좀 시도하고, 분유 좀 먹이고 지은이 자는 모습을 구경했던것까지만 기억난다. 뭐 특별한건 없었던것 같다.
둘째날 - 퇴원
11시에 퇴원을 해야 해서 아침부터 바삐 움직였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바로 짐 정리부터 했다. 그리고 9시 맞춰서 담당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담당의사 선생님이 아내상태를 간단히 체크하고 그 다음 예약을 잡았다. 의사 선생님이 치핵이 많이 나와서 앞으로 많이 힘들거라고 얘기해 주셨다. 의사 선생님에게 출산 전날 10km걸었다고 얘기했더니 웃으면서 너무 잘했다고, 그래서 아기가 딱 좋은 시간에 건강하게 태어난 것 같다고 칭찬해 주셨다. ㅎㅎ.
의사 선생님 만나고 바로 코로나 검사를 했다. 그리고 퇴원 수속을 했는데 비용이 생각보다 싸서 깜짝 놀랐다. 자연분만 + 1박(영수증을 보니 새벽 12시 이후에 들어가서 1박으로 해준것 같다) + 코로나 검사(나만) 비용이 30만원대로 나왔다. 국가에서 지원해주는것이 많은것 같다.
그리고 나는 짐을 먼저 차에 옮겨 놓고 아내랑 지은이 데리러 아기병동으로 갔다. 엄청 많은 부부가 아기를 기다리고 있어서 거의 40분 정도 대기하고 지은이를 받았다. 대기시간이 길어서 아내는 많이 힘들어 했다. ㅠㅠ.
지은이를 받고 주차장까지 가는데 너무 불안했다. 지은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밖으로 나가는 것이고 cgv가 있는 건물 주차장이라 많은 사람과 접촉을 하게 될것 같아서 였다. 근데 다행히 그 시간에 밖에 사람이 많지 않아서 안전(?)하게 차까지 갈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오버스러운 생각인것 같다. ㅎㅎ.
차에 도착해서 지은이를 바구니 카시트에 앉히려고 했다가 막 울어서 그냥 아내가 안고 탔다. 지은이를 태운 차를 운전해서 집까지 가려고 하니 엄청 긴장됬다. 판교빠져 나올때까지 엄청 긴장하면서 운전했던것이 기억난다(판교에서 빠져나온후 집까지 오는 길은 거의 직진이라 차선변경도 몇번 하지 않아도 되서 덜 긴장된다. ㅎㅎ). 그래도 무사히 사고없이 집까지 갔다.
다음 편은 조리원 기간에 있었던 일이다.
부록 - "전지은" 이라는 이름
지은이는 바로 여권을 신청해야 해서 퇴원할 때 받는 출생증명서에 이름이 적혀있어야 했다. 그래서 이날 오후에 이름을 확정해야 했다. "전지은", "전유진" 두 이름을 마지막 까지 고민하다가 하기와 같은 요소때문에 최종적으로 "전지은"으로 했다.
- 중국어로 全智恩 글자가 예쁘고 발음도 좋음.
- "지혜롭고 은혜로운 사람" 이라는 뜻이 좋음. 다르게 풀이하면 "지혜롭게 베풀면서 살자".
- IU(이지은)처럼 예쁘고 똑똑하게 컸으면 하는 바램.
유진도 좋은데 아내는 내가 이후에 애를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에서 처럼 "Eujin" 이라고 불을것 같다고 반대표를 던졌다. 유진이였으면 100% 그렇게 불렀을거다. ㅋㅋ.
지은이가 아빠가 지은 이름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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