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키우기] 3. 조리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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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쓰는 지금, 조리원 생활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ㅠㅠ. 그래서 생각나는대로 작성해 보려고 한다.
분당제일여성병원에서 퇴원 후 집에 들렀다가 조리원으로 갔다. 실제 집까지 올라가지 않았고 장모님이 우리가 요청한 짐을 가지고 집 아래 내려왔다(주로 조리원에서 먹을 과자, 사탕들이었던것 같다). 장모님은 이때 처음으로 지은이를 봤다. 화상통화로 볼때보다 지은이가 더 작고 얼굴도 갸름하고 너무 예쁘다고 하셨다. ㅎㅎ. 장모님이 너무 좋아하셨던것이 기억난다.
짐을 챙기고 바로 조리원으로 갔다. 우리는 흥덕에 있는 "벨라니"라는 조리원을 예약했다. 총 10일 예약했고 만약 아내가 지내는것이 편하면 4일 ~ 1주 정도 연장하기로 했다. 가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용인페이로 결제가 가능해서 10%할인 혜택을 받았다. 역시 알뜰한 아내님.
네이버 지도
벨라니산후조리원
map.naver.com
인터넷에서 나온대로 산후조리원 지하주차장 입구는 나같은 운전미숙자 한테는 많이 어려울 정도로 좁았다. 정말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ㅠㅠ. 평일 점심이라 그런지 주차장에 차가 별로 없었다. 여유있게 주차하고 짐을 챙겨서 아내와 지은이와 같이 조리원에 올라갔다.
도착해서 초인종(?)을 누르고 좀 기다리니 원장님이 나오셔서 문을 열어주셨다. 가장 먼저 지은이를 받아 신생아실에 데려갔고 옆에 있는 간호사(?)분이 우리를 예약한 방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주의사항과 시설들, 그리고 당장 오후에 아내의 스케줄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대충 기억나는것을 적어본다.
- 남편(나)은 이제 밖에 나가지 못함. 한번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음.
- 아기는 신생아실에 있을거고 수유타임마다 전화가 올것임. 그때 직접수유를 할것인지 아니면 간호사분들이 할지 결정하면 됨.
- 소아과 선생님이 오후에 와서 신생아 검진을 할것임.
- 3일차(?)인가 우리가 예약한 베이비파스텔에서 와서 신생아 사진을 찍을것임.
- 남편 식사는 신생아실 옆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식사전 2시간전까지 체크해야 준비된다고 함.
- 주차등록
안내를 모두 받고 바로 아내랑 방에서 나와 신생아실 구경을 했다. 신생아실은 통창으로 되어 있어서 바로 누워있는 아기들을 볼수 있었다. 10명이상의 아기가 쭉 통창바로 옆에 누워 있었는데 뭔가 상품을 진열한 느낌이 들었다. ㅋㅋ. 아직 진열대(?, ㅋㅋ)에 자리가 없어서 지은이는 안쪽에 있는 침대에 예쁘게 누워있었다. 신생아실에는 4명의 간호사 분들이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는 분이 있고, 안고 재우고 있는 분도 있었고, 설거지하는 분도 있고...... 통창이라 안이 다 들여다 보여서 좋았다.
조리원 생활
나는 조리원에서 총 4일 있었다. 2일은 휴가를 썻고 2일은 조리원에서 일했다(원래부터 풀재택이라 어디서 일하든 상관은 없었다). 4일동안 내가 뭘했는지 생각해 봤는데 진짜 조리원에서 남편이 하는건 밥을 먹는것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것 같다.
- 하루 3끼 챙겨먹음.
- 드라마를 봄. 조리원내내 "Breaking Bad"를 봤음(시즌 3, 4를 다본것 같음).
- 아내 심부름을 함(물 떠오고 과자 가져다 주고 유축도구를 가져다 줌)
- 지은이 돌보는 시간에(오전 한번, 저녁쯤에 한번 각 2시간) 지은이 구경. ㅋㅋ.
- 아내랑 수다를 떰.
- 수, 목 이틀은 일했음(무려 기획분들에게 https 교육을 간단하게 진행했었음).
이게 전부다. 내 생각에 남편이 조리원에 같이 있는 유일한 이유는 아내의 멘탈을 케어해주고(수다) 최대한 아내가 편하게 있을수 있게 하는것인것 같다.
생각해보면 아내도 하는게 많지는 않은데 뭔가 엄청 바쁘게 보낸것 같다.
- 매일 가슴 마사지
- 중간중간 교육이 있는것을 선택해서 들음(근데 생각해보면 첫날 교육만 들었던것 같기도 하고)
- 아침, 저녁으로 좌욕
- 시간에 맞춰 유축
- 몸이 피곤해서 낮잠을 많이 잠.
- 아기 수유(분유를 먹임). 이게 빡셌던것 같음.
위에서 쓴것처럼 아내는 지은이 수유를 직접 했는데(몇번은 새벽에도 함. ㅠㅠ) 그래서 더 피곤해 한것 같다. 거기 간호사분들이 엄마가 분유라도 직접 먹이면 좋다고 해서 했는데 사실 지금은 그때 굳이? 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 와서 진짜 주구장창 우리가 먹여야 하는데 그때만이라도 편하게 우리만의 시간을 가지는게 더 좋았을 것 같다.
조리원 생활이 다 좋은데 유일하게 단점은 코로나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산책 하지는 못하고, 하루 세끼 조리원에서 준비해주는 푸짐한 식사를 하고(맛있었음.)나니 3일차부터 소화가 안되서 나는 힘들었다. 그래서 주말까지 있을가 하다가 목요일에 먼저 나왔다. 산책을 못하다보니 밥을 먹고 나면 신생아실 통창앞에 서서 지은이 구경하는것이 유일한 운동이었다. ㅋㅋ.
조리원 준비물
조리원 준비물에 대해 간단히 적어본다.
- 갈아입을 옷. 근데 많이 준비할 필요가 없다. 조리원에서 매일매일 빨래를 해준다.
- 도넛방석: 이게 없으면 아내는 앉아 있을수 없다(근데 이것도 조리원에서 제공해줬던것 같다).
- 아내님이 좋아하는 간식들.
- 넷플릭스 ID. ㅋㅋ. 조리원 셋탑에 넷플릭스 있다. ID만 있으면 볼 수 있다. 걍 이게 없으면 진짜 할 일이 없는듯.
- 세면도구: 걍 호텔 갈때 가지고 가는것들을 그대로 준비하면 되는듯. 수건은 매일 새것을 리필해 줌.
- 배냇저고리: 걍 퇴실할 때 아기한테 입힐 옷들.
- 로션, 크림 같은 화장품들. 정확하게 뭐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음......
- 화장실용 물티슈, 그냥 물티슈, 티슈 등
많은 것들을 조리원에서 제공해서 굳이 많이 챙겨갈 필요는 없는것 같다. 우리는 많이 준비해 갔었는데(옷을 많이 챙겼음) 안 쓴것도 많다.
조리원에서 배운 것들
조리원에 처음 들어갔을 때 간호사 선생님이 아기를 케어하는 기본적인 부분을 가르쳐준다.
- 기저귀 가는 방법.
- 모유수유 하는 편안한 자세, 방법.
- 아기 트림시키는 방법.
- 배냇저고리 하는 방법.
- 유축도구 사용법.
추가로 뭐가 더 있었던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는다. 사실 위에 것들도 집에와서 우리가 실제로 많이 하게 되면서 손에 익기 시작했다. ㅎㅎ.
디테일한 부분들이 생각나지 않아서 조리원 생활은 그냥 이 정도만 적을려고 한다.
조리원생활의 핵심은 바로 "휴식"이다.
조리원 생활이 부모인 육아를 하는 동안 유일하게 편하게 쉴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뭔가 조리원에서도 아기를 많이 봐야할 것 같고, 수유할 때마다 부모가 직접 해야 할것 같고, 아이랑 같이 오래 있어야 할 것 같고 뭐 많은 생각이 들것이다. 실제 "산후조리원" 드라마를 보면 뭔가 안에서 엄마들이 열심히 하는데 걍 나는 그렇게 하는것을 권하고 싶지 않다.
근데 지금 돌이켜보면 아기한테 미안하지만 걍 그때 편하게 쉬는게 가장 좋을것 같다. 새벽수유는 간호사들한테 맡기고 통잠을 자고 혼자 있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면 아기랑 같이 있는 시간도 줄이고. 그냥 그 기간동안만 부모인 우리가 편하게 있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 조리원에서 나와 집에 오게 되면 저 모든것을 우리가 해야하기 때문이다. 새벽에 통잠은 사치고, 아기가 미친듯이 울면 멘탈이 나가고, 그냥 몸도 마음도 모두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50일 정도 되니까 통잠을 자기 시작했고 그 때부터 육아가 좀 편해졌는데 그 기간은 진짜 그냥 헬이 였다.
이 글을 읽게 되는 조리원을 앞둔 부모들은 꼭 조리원에서 편하게 보내길 바란다.
중요한것은 다시 한번.
조리원생활의 핵심은 바로 "휴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