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에게/지은이 키우기

[지은이 키우기] 1. 아내의 출산 === 지은이 출생

블러드시커 2022. 9. 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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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태어난지 50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지은이가 태어났을 때 일들이 잊혀지는것 같다. 이틀전 저녁에 아내랑 산책하면서 "지은이가 몇시에 태어났지? 11시 7분이었나?" 라고 물었는데 아내가 "11시 2분이었던것 같은데"라고 대답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없었어 휴대폰에 저장해둔 사진을 보니 11시 2분이었다. 2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잊을 수 없을것만 같았던 출산당일에 발생한 일들을 벌써 희미해졌다니!!! 빨리 출산 당일에 있었던 일들을 기록해야 하는 조급함이 생겼다.

출산 D-1

우리는 분당제일여성병원에 다녔고 담당 선생님은 정희정 선생님이다.

이 날 기준으로 며칠전에 산부인과 검진에서 정희정 선생님이 아기 배가 너무 커서 다음주에 출산을 못하면 제왕절개해야 될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자연분만을 하고 싶으면 이제 아기가 빨리 내려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진짜 많이 걸어야해요. 막 율동공원 4 ~ 5바퀴 돌고. 그 정도로 많이 걸어야 할것 같아요." 라고 하셨다. 검진에서 다녀온 후 진짜 매일 아침마다 동네 한바퀴 돌고, 또 저녁이 되면 밥 먹고 광교 신대호수 한바퀴 돌고 그랬었다. 

근데 특별히 이 날 저녁에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아내도, 나도 모두 정신 / 몸 상태가 모두 좋았다. 그래서 아침에 이미 3km정도 걸었는데(상현 한화 포레나 아파트 근처까지) 원천호수까지 걷기로 하면서 집에 나왔다. 중간에 힘들면 좀 쉬면서 느긋하게 걷자면서 나왔는데 아내가 벌레들이 많다면서 원천호수 반바퀴 + 신대호수 반바퀴를 한번도 쉬지 않고 걸었다. 노선은 하기 이미지와 같다. 직선거리로 계산된거라 실제 걸은 거리는 7km이상 되는것 같다.

즉 이날 모든 산책거리를 합하면 무려 10km가 된다!!!!! 우리는 이 산책이 이튿날 출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출산당일 - 병원 가기 전

아침에 일어나니 아내가 "자기야, 뭔가 오늘 내일일것 같어" 라고 얘기했다. 근데 뭐 특별한 변화가 없어서 나는 그렇게 막 와닿지는 않았고  적어도 다음주에는 나오겠네, 출산휴가는 언제 써야지? 뭐 이런 생각을 했었던것 같다. 아내가 괜찮다고 해서 여느 토요일처럼 아침에 산책하고, 점심 좀 일찍 먹고 롯데마트랑 식자재마트에 가서 장도 봤다. 장 보고 오니 아내는 좀 피곤하다면서 안방에 자러 들어갔고 장모님은 저녁에 먹을 삼계탕을 끓이려고 재료 손질을 시작하셨다.

그러다가 삼계탕도 거의 되갈 무렵(몇시쯤인지 이제 기억이 안나네, ㅠㅠ) 아내가 안방에서 나와 급히 샤워하러 가면서 "자기야, 오늘 병원 가야 될것 같어. 진통이 시작한것 같은데 이게 가진통인지 진진통인지는 아직 모르겠어." 라고 말했다. 샤워 끝나고 아내가 "맞는것 같어. 병원에 일단 전화해볼게." 라고 하면서 미리 준비한 출산 캐리어를 체크하고 병원에 전화했다. 진통이 올때마다 너무 아파하는 아내 모습을 보니 너무 안쓰러웠고 그제야 좀 멀게 느껴졌던 출산이 이제 코앞까지 왔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병원에서 진통이 맞는것 같고 오늘 오라고 해서 막 출발준비 하려고 하는데 아내가 장모님이 끓이신 삼계탕은 먹고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도 너무 아픈건 아닌가 보다 라고 생각하고 장모님이랑 같이 식사 준비하고 삼계탕을 먹기 시작했다. 근데 그 사이에 진통이 더 짧아져서 약간 먹고 진통이 오면 멈추고, 또 약간 먹고 진통이 오면 멈추고를 반복하다고 마지막에는 거의 먹지 못했다(그래도 좀 먹어서 출산할 때 힘을 쓸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아내가 너무 아파해 하고 진통주기가 짧아진것이 확 느껴지니 나도 마음이 조급해지고 바로 출발준비를 시작했다. 이때 진통주기가 이미 3분이었던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먼저 출산가방이랑, 갈아 입을 옷들, 그리고 조리원에서 사용할 짐들(퇴원하면 집에 오지 않고 바로 조리원으로 가야 함)을 들고 차로 내려왔다. 그리고 차 시동걸고 기다렸는데 10분이 지나도록 아내가 내려오지 않았다. 뭔 일이 있나해서 다시 올라가보니 아내가 진통이 너무 심해서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출발은 해야 해서, 진통이 올때는 잠깐 멈추고, 진통이 지나면 이동하는 방식으로 차까지 탔다. 장모님은 진통주기가 너무 짧아져서 차에서 출산할가봐 걱정된다고 따라 가려고 했는데 어차피 병실에 들어갈 수도 없다고(코로나 때문에 보호자 한명만 진입가능) 아내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내가 차에 탄 후 바로 병원으로 출발했다. 100미터쯤 갔는데 아내가 지갑을 확인하더니 용인페이를 챙기지 않았다고 했다. 조리원 결제를 용인페이로 하기로 해서 카드를 가져야 해서(지금 생각해보면 병원에서 퇴소 후 집에 잠깐 들렀을 때 챙겨도 됬을듯) 급히 차를 돌려 집에가서 카드를 챙겼다. 그 아픈 와중에 침착하게 카드를 확인한 아내가 참 대단했다. 나는 아내가 아파하는걸 보고 약간 많이 당황했었는데......

암튼, 우여곡절 끝에 차는 병원으로 향해 출발했다. 운전에 미숙해서 평소에도 운전을 하면 많이 긴장하는데 아파하는 아내를 태우니 더 긴장했는데 아내에게 당황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최대한 태연하게 운전하려고 했다. 다행히 7시 넘은 시간이라 도로에 차가 많지 않아서 생각보다 좀 빠르게, 그리고 순조롭게 서현 cgv 주차장까지 도착했다. 병원 주차장에 먼저 주차하고 밤에 나와서 옮기려고 했는데 아내가 괜찮다고, 자기가 참을 수 있다고 해서 cgv 주차장에 갔다. 토요일 밤이라 지하1층 주차장도 여유로워서 바로 주차를 했고 아내를 부추기고 병원으로 걸어갔다. 진통이 계속 오다보니, 걷고 멈추고를 반복하면서 걸어갔다. 

출산당일 - 병원 도착

병원 3층이였나(?) 도착해서 초인종(?) 을 누르니 간호사가 나왔다. 간호사는 몇가지 물어보더니 바로 아내를 데리고 들어갔고 가면서 나보고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밖에 벤치에 앉아 장모님, 아빠, 작은 고모한테 병원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보고했다. 벤치에 다른 남자분 한명이 앉아 있어서 나와 같은 상황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임신한 아내가 계단에서 넘어져서 급히 검사하러 온거였다. 그래도 간호사랑 대화하는걸 보니 큰 문제는 없어보여서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약간 요즘에는 이런 얘기를 듣거나 보게 되면 뭔가 예전보다 더 몰입되는것 같다.

30~40분 정도 지나니 간호사가 나보고 들어오라고 했다. 리셉션 데스크 같은 곳에서 간호사가 출입카드(명찰 같은거?)와 비번을 알려주고 출산 후 병실과 식사를 선택하라고 했다. 오기전에 아내랑 약속한대로 가장 싼 1인실과 급여식대를 선택했다. 그리고 출산실로 안내해서 들어갔더니 무통주사를 단 아내가 그 사이에 좀 핼쑥해져서 누워있었다. 나를 보고

“자궁은 5cm정도 열려있고 조금만 더 열렸으면 무통주사도 못 맞았을거래. 이제 좀 더 열리면 출산을 시작할거고. 근데 무통을 맞고 있는데 계속 아프네. 글구, 아까 관장을 하는데 아픈것도 있는데 약간 수치스러웠어. ㅠㅠ"

라고 아내가 말했다. 그래도 조금 있으니 무통이 먹혔는지 좀 덜 아프다고 했다. 요때 가장 편했던것 같다. 사진도 찍고, 장모님한테 전화도 하고, 아프지 않으니 평소처럼 편하게 많은 얘기를 했다.

중간중간 간호사들이 와서 상태를 보다가 당직 의사선생님이 와서 내진을 하더니 자궁이 많이 열린것 같다면서 수동으로 양수를 터트렸다.

출산당일 - 출산

여기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ㅠㅠ. 자궁이 10cm가 열려서 양수를 터트렸는지, 아니면 양수를 터트리고 그 후에 자궁이 10cm로 열렸는지. 암트, 자궁이 10cm로 열리면 본격적으로 출산이 시작된다. 알아야 할것은 자궁이 10cm열렸다는것은 그저 출산을 시작하는 전제조건이고 아이는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 이때부터 진통이 올때마다 아이가 아래로 내려오도록 산모가 힘을 써야 한다.

출산 전에 집에서 아내와 하기 동영상으로 출산호흡법과 출산자세를 봤었고 간호사 선생님들도 한번 더 가르쳐줬다.

https://www.youtube.com/watch?v=ThlhSwqFv88 

영상을 보면 알수 있겠지만 진통이 진행하는 동안 크게 숨을 들이키고 10초동안(최대한 길게, 우리는 10초를 목표로 했음) 숨을 내쉬면서 힘을 주야 한다. 우리는 한번의 진통이 올 때 힘쓰는것을 3~4번 반복했던것 같다. 

8시반 부터인가? 시작이였던것 같은데 30분 정도 자세를 바꿔가면서 힘을 썻지만 간호사 선생님이 확인하더니 아이가 별로 내려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통을 더 느껴야 할것 같다면서 무통주사를 아예 멈춰버렸다. 이때부터 아내가 너무 힘들어 하는게 눈에 보였다. 아내는 진통이 오면 너무 아프지만 출산호흡법으로 계속 힘을 주어야 한다. 아프다고 힘을 주지 않으면 아이가 다시 올라오기 때문에 계속 해야 한다. 나는 해줄수 있는건 옆에서 아내의 손을 꼭 잡고 같이 박자에 맞춰 숨을 들이키고 숨을 내쉴 때 카운팅 해주는것 밖에 없다. 아내는 너무 힘들어서 눈물도 흘리고 땀도 엄청 많이 흘리고, 그런데 간호사가 20분에 한번 정도 와서 검사하는데 아이는 내려올 기색이 없고. 1시간 정도 지나니 아내가 "이제 좀 지치는것 같다. 힘도 막 못쓰겠고. 이러다가 밤새 애가 나오지 않아서 내일 제왕절개하는거 아니야? 아픈건 아픈대로 다 겪고 제왕절개를 하면 너무 슬프고 화날것 같어." 라고 얘기했다. 나도 너무 걱정이 됬지만 그래도 아내한테 잘 될거라고 계속 말하면서 진통이 시작하면 바로 호흡을 하도록 도와주었다.

그러다가 10시 약간 넘어서 당직 의사 선생님이 간호사들과 함께 들어와 "산모님, 아이가 좀 많이 내려왔어요. 좀 더 힘내세요!. 제가 도와 드릴게요." 했다. 그리고 장면은 아직도 기억나는데, 의사 선생님은 아내의 양쪽 다리를 밖으로 힘있게 밀어붙이고 간호사 선생님 한분은 침대에 올라와 아내의 배를(아기를) 아래쪽으로 온 힘을 다해서 밀어내고 있었다. 보는것만 해도 너무 아픈게 느껴졌다. 아내는 이제 진짜 곧 나올것 같다고 느꼈는지, 아니면 선생님의 힘찬 목소리에 힘을 얻었는지, 진짜 죽을 힘까지 다 짜내는것이 보였다.

그렇게 30분정도 지났을까?, 의사 선생님이 "이제 아기 머리가 보입니다! 보호자분은 나가 주세요." 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출산실 밖으로 나갔고 같이 나오던 간호사 분이 나한테 비닐가운(?)과 비닐장갑을 입으라고 주면서 좀 있다 안에서 들어오라고 할 때 들어가라고 안내해 주었다. 밖에 있으면서 "아!아! 선생님, 잠시만, 잠시만, 아!!!!!"와 같은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니 더 괴로웠다. 일단 장모님이 걱정할가봐 애기 곧 나올것 같다고 메시지 보내 드렸다(보내기 잘했던것 같다. 장모님이 이때까지 너무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시간이 좀 걸릴줄 알았는데 10분 지났을가?, 안에서 "보호자님, 이제 들어오세요"라고 했다. 들어가서 와이프 옆에가서 손잡고 1분 지났나?, 암튼,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간호사 선생님이 "보호자님, 휴대폰 사진 모드로 해서 저 한테 주세요."라고 했다. 나도 많이 긴장했는지 휴대폰 잠금을 여러번 해서 오픈했고 사진 모드로 변경한 후 간호사 선생님한테 주는 그 찰나 "와앙~~~~~!!!!!!!!!!!" 하는 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전지은, 우리 따님이 자신의 출생을 이 세상에 알리는 울음소리였다. 시간은 2022년 07월16일 23시 02분.

나는 순간 울컥했다. 아내가 출산하는라 고생했던 것들,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난 안도감 등이 섞인 복합적인 감정이였던것 같다. 그리고 엄마 뱃속에서 나오느라 얼굴이 찌그러져 있는, 피범벅이 된 아이가 보였는데 처음에 든 생각이 "아, 겁나 못생겼다" 였다. ㅋㅋ. 의사 선생님이 "보호자님, 탯줄 잘라주세요." 라고 해서 어버버 하면서 탯줄을 자르고, 그리고 아내 얼굴을 봤는데 엄청 서럽게 울고 있었다(후에 그때 어떤 심정이였냐고 물어보니 그 때는 아기고 뭐고, 몸이 너무 아프고, 너무 힘들고, 그리고 또 너무 서러웠다고 한다). ㅠㅠ. 아내에게 "자기야, 너무 고생했어" 라고 말하고 있는데 옆에 간호사 선생님이 "보호자님, 여기 아기 손가락, 발가락 모두 체크하시죠" 라고 해서 아기 손가락, 발가락 모두 다 있는지, 붙어 있는것이 있는지 체크를 했다. 그리고 간호사 선생님이 아기를 아내한테 넘겨줬다. 아내는 아기를 보고 더 서럽게 울었고 간호사 선생님은 옆에서 우리 첫 가족사진을 찍어 주셨다. 

아기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데리고 갔고 다음날에야 볼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입원병실은 새벽 12시 이후에 들어가면 반값이여서 출산실에서 12시까지 쉬고 있어라고 안내해 주셨다. 후에 결제할 때 발견했는데 반값이 아니라 그냥 추가 비용을 받지 않았다(7월 17일 0시 ~ 7월 19일 오전 11시에 퇴소 했는데 1박으로 계산됬다). 좀 쉬다가 시간이 되서 간호사님의 안내에 따라 입원병실에 들어갔다.

너무 길어져서 입원실과 조리원 때 있었던 일들은 다음 포스트에 작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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